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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16;39;22.jpg
 
 
상상마당/이야기꾼들의 이야기 만들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해 병이 걸린 복두장(幞頭匠)의 설화는 이야기에 관한 인간의 오래되고 끈질긴 욕망을 상징한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인간의 생래적 욕망은 21세기를 맞으며 새로운 차원으로 변했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좋은 이야기는 이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낳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이 시대 이야기꾼들의 이야기 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영화, 소설,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매체의 이야기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발표해온 영화평론가 박유희(41)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YMCA야구단’을 감독한 영화감독 김현석(37)씨, 2000년 단편 ‘바늘’로 등단한 소설가 천운영(38)씨,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 메이트’ 등의 극본을 쓴 드라마작가 조진국(40)씨, ‘이끼’ 를 다음에 연재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만화가 윤태호(40)씨가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와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나는 어떻게 이야기꾼이 되었나?  
우리 시대를 대표할만한 탁월한 이야기꾼들을 이야기의 세계로 이끈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유년시절의 ‘거짓말’을 그 원동력의 하나라고 소개한 천운영작가의 고백이 눈길을 끌었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사먹지 말라는 유해식품을 사먹으려는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그는 부모의 금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을 하고 싶은 유혹이 강해졌고, 유해식품을 사먹은 자신을 추궁하는 부모에게 ‘거짓말’로 해명하곤 했다는 것. 반복된 거짓말은 점차 정교한 논리를 갖추게 되며 어느 순간 스스로 거짓말을 진짜처럼 믿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원초적 경험 됐다고 그는 돌아봤다. 거짓말을 통한 범기(犯忌)의 유혹이 천운영작가를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어준 동력이었다면, 윤태호작가는 이야기의 원천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미술을 공부했던 평범한 미술학도였다는 그는 대학시절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린 동기라고 소개했다. 별자리, 손금 등 인간의 운명에 대한 윤태호작가의 오랜 관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 “더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란 없으며 오직 스타일만 있을 뿐”이라는 데이비드 린츠 감독의 말에 공감을 표시한 윤태호작가는 “이야기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색채, 그 색채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김현석 감독은 한 편의 영화가 준 울림이 자신을 이 자리에 이르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시절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본 뒤 “영화라는 게 무엇이길래 한 사람을 이렇게 바보로 만들까”라는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이후 영화와 문학의 갈림길에서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수필가 김태길의 ‘글을 쓴다는 것’의 한 구절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만 알을 꺼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고싶은 말이 안으로부터 넘쳐흐를 때, 그 때에 비로소 붓을 들어야한다” 는 구절을 인용한 그는 고민의 진실성, 진솔성, 간절함이야말로 이야기의 근원적인 힘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누구를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가?
소설, 영화, 드라마 등 각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할 때는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와 대중들이 ‘듣고싶은’ 이야기 사이에 일정한 타협이 불가피한 것이 사실. 그 간극에 대한 고민과 간극 채우기는 ‘이야기꾼’ 들에게는 실존적 고민이기도 하다. 일종의 비평권력인 네티즌들의 댓글로 가득찬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태호작가의 고백은 시사적이다. 그는 자신의 비주류적이고 냉소적인 인식에 동감하는 소수 마니아층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의 이야기 만들기가 최근 독자들의 보편적 감성에 소구하는 방식으로 바뀐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만들기 방식이 일종의 개인적 내상(內傷)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면 최근 몇 년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성찰을 거듭하며 타자를 보는 눈도 바꾸어 놓았고 타인에 대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단행본으로 나온 ‘이끼’에서 기존작품들과 달리 포지티브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것이 윤태호작가의 설명. 조진국작가는 ‘소울 메이트’ 를 시작하던 무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기에는 시청률이 너무 낮아 방송국에 나가고 싫을 정도 였는데, “시청률을 포기하고 마음껏 쓰고 싶은 것을 쓰자”는 감독의 말에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반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운영작가에게 문학은 역시 ‘골방에서 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 할 것인가. 대중들이 원하는 얘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본 적 없다. 내가 어떤 걸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는 것이 천운영작가의 변. “소설은 나를 둘러싼 세상과 접신(接神)하는 것, 소설가는 무당과 같은 존재”라고 천운영작가는 정의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산 사람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당의 운명과 소설가의 운명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천운영작가는 “대중과의 진정한 소통이란 온라인에서의 댓글, 책의 판매량 같은 소비의 차원이 아니라 소설가가 ’과연 이 세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짜낸다’는 표현이 관습화 된 것처럼 이야기꾼들에게도 이야기 만드는 일은 백팔번뇌다. 이야기를 만들기에는 ‘왕도’ 가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드라마마다 영상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OST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조진국작가의 이야기 짜내기 비법은 음악이다. 그는 미리 사용될 OST를 정해놓고 대본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울 메이트’가 풀리지 않던 어느날 그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6시까지 헤드폰을 끼고 대본을 썼다는 경험도 들려주었다. 당시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행동하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한다. 글 쓰는 것을 노동으로 생각하고, 분량이 적건 많건 꾸준히 쓰는 것도 이야기를 짜내는 비결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천운영작가는 “오감을 자극하라”고 제안했다. 소 골을 먹는 노파와 소머리 벗기는 일을 하는 손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동물적 근성을 표현한 단편 ‘숨’에 얽힌 일화도 들려줬다. 등단 직후 마장동을 찾았을 때, 겨울눈이 녹아 질척질척 거리는 마장동 길의 모습과 코에 들어오는 털 노린내가 묘하게 합성되며 인물들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 그려졌다는 것. 그는 사우나에 가서 노파들의 뒷 모습을 관찰하는 방법도 애용한다고 비법을 들려줬다. 나이가 든 여자의 몸을 관찰하고 있으면 자신의 몸도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딱딱했던 머리가 풀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 윤태호작가는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 작품기획 당시의 콘티를 다시 읽어보며 이야기가 어디서 잘못 풀렸나를 단도리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는 나름의 비법도 있었다.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을 몇 가지 키워드 안에서 한정되도록 스토리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가령 표정이 없거나 웃기만 하는 인물이 절대로 그 행위이외에는 하지 못하도록 한계 지어놓았다가 특정 대목에서 그 캐릭터를 울게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클라이막스가 연출된다는 것이다. 그는 “내 작품의 등장인물에 관해서만은 확실히 주무를 수 있어야 이야기가 나온다”며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이야기 기초작업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한국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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